디미니셔인가, 일루미네이터인가?
《사람을 안다는 것》을 읽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디미니셔와 일루미네이터’에 대한 내용이다. 디미니셔(Diminisher)와 일루미네이터(Illuminator)가 있다. 제 능력을 믿고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디미니셔는 한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한다. 즉 디미니셔는 타인을 친구가 될 사람이 아니라 이용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반면에 일루미네이터는 다른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둔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을 따로 훈련받았거나 스스로 깨우친 사람들이다. 상대방에게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에게 언제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관심의 빛을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 그들이 자기 자신을 더 크고 더 깊고 더 존중받는 존재라고 느끼게 한다.
▷ 일루미네이터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 디미니셔의 여러 방향
▷ 함께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 좋은 대화를 나누는 열 가지 기술
▷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준다
▷ 마무리
일루미네이터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 부드러운 태도: 부드러움은 다른 존재를 향한 깊은 감정적 관심이다. 부드러움은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는 유대감을 인식하게 하며 또 우리에게 존재하는 유사점과 동일성을 인식하게 한다.
○ 수용적 마음: 불안과 지나친 자의식을 극복하고 자기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서 다른 사람의 경험을 얼마든지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상대방이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를 참을성 있게 하는 것이다. … 마음이 느긋하면서도 섬세하기를 감각이 편안하고 개방적이며 살아 있기를, 시선은 부드러우면서도 침착하기를 바란다.
○ 적극적 호기심: 소설가 제이디 스미스(Aadie Smith)는 어린 시절에 자기 집이 아니라 친구들의 집에서 자란다면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끊임없이 상상했다.
○ 애정 어린 마음: 성서의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전신 체험이다. 무엇인가를 공부하는 것, 무언가에 관심을 보이는 것, 누군가와 언약을 맺는 것, 누군가와 친숙해지는 것, 평판을 이해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 신은 완벽한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 관대한 정신: 1939년에 나치 독일을 탈출한 독일의 유대인이 있었는데 영국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하반신 마비 환자를 돌보는 병원이었고, 환자는 대부분 전쟁터에서 다친 군인들이었다. 병원은 환자들에게 강력한 진정제를 주사해서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을 땐 구트만은 환자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은 그저 죽어가는 장애인들인데, 당신은 저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구트만은 대답했다. “최고의 남자들이죠.” 구트만이 지닌 관대한 정신이었다. 그의 이런 노력은 1960년에 패럴림픽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 전체론적인 태도: 한 사람의 일부만 바라보는 것은 사람을 잘못 바라보는 방법이다. 미술사가이자 파블로 피카소의 전기작가인 존 리처드슨(John Richardson)은 피카소가 여성 혐오주의자이자 비열한 인간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피카소가 지나치게 단순화되거나 그의 모순적인 여러 모습이 송두리째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일루미네이터가 되는 것은 이상적인 일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우리가 부드럽고 관대하고 수용적인 따뜻한 시선으로 다른 사람을 환하게 비추려고 애쓴다면, 적어도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디미니셔의 여러 방향
○ 이기주의: 다른 사람을 보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너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온통 나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진다.
○ 불안: 다른 사람을 보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자기 머릿속에 소음이 너무 많아서 다른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순진한 현실주의: 자신에게 보이는 세상이 객관적이라고 믿으며, 따라서 모든 사람이 자신이 바라보는 것과 똑같은 실체를 바라본다고 가정하는 태도다. 순진한 현실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제 관점에 갇힌 나머지 다른 사람이 다른 관점을 지님을 알지 못한다.
○ 남의 생각을 모두 안다는 착각: 시카고대학교의 심리학자 니컬러스 에플리는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에 접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에는 접근할 수 없다.
○ 객관주의: 만일 인간성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일반화한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 생각과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집단을 설명하는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 본질주의: 본질주의자는 고정관념을 동원해서 광대한 집단의 사람들을 빠르게 범주화한다. 즉 본질주의는 특정한 집단은 고정불변의 본성을 지닌다는 믿음이다.
함께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방법과 관계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살펴보았다. 이제 진정으로 다른 사람과 부대낀다는 것, 또 다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탐구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살펴볼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한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그가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어야 한다. 그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물어봐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깊이 새겨듣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곧 말하고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대화를 나누는 열 가지 기술
주의를 100퍼센트 기울여 집중해라: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지만 상대방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당신이 상대방에게 기울이는 관심을 온/오프 스위치라고 생각해라. 100퍼센트 집중하지 않을 거면 아예 하지 말라.
능동적으로 대꾸해라: 대화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과 자기를 억제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때 능동적인 리액션은 발화자가 계속해서 말할 수 있는 자리를 깔아준다. 환대라는 개념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친숙한 화제를 꺼내라: 사람들은 새롭고 낯선 화제보다 자신이 잘 아는 주제가 나왔을 때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하려면 상대방이 애착하는 대상을 찾아야 한다.
상대방을 관객이 아닌 작가로 만들어라: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디테일을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질문을 하면 그때 있었던 일을 훨씬 생생하게 설명해 준다. 좋은 대화자는 과거의 사건을 지금은 어떻게 느끼는지 묻는다.
대화가 끊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대화가 쉼 없이 이어지지만, 때로는 깊게 생각해야 하는 중요한 말을 할 때도 있다. 좋은 대화자는 바로 대꾸하기보다 인내하면서 경청하고 무언가를 배우고자 한다. 8초 정도 대화가 끊기는 것을 두려워 말라.
루핑을 해라: 상대방이 방금 한 말을 반복함으로써 그 말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루핑을 해보면 말의 속뜻을 얼마나 자주 잘못 해석하는지 알게 된다.
조산사가 되어라: 좋은 대화자는 상호적이다. 한 사람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거나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다른 한쪽이 말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대화자는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조산사의 태도를 취한다.
보석 진술로 돌아가라: 서로 다른 의견으로 어려워진 소통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 보석진술이란 방법이다. 이는 다른 주장을 하는 두 사람이 모두 동의하고 있는 진술인데, 갈등하는 와중에도 보석 진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관계를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다.
드러나지 않은 차이를 찾아라: “우리가 다른 의견을 갖게 된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의 표면적인 차이 아래 놓인 근본적인 가치관 차이는 무엇일까?” 의견 차이 아래 놓인 다른 차원의 차이를 찾는 것은 당사자가 그런 의견을 갖게 된 도덕적, 철학적 뿌리를 찾는 것이다.
상대의 말에 숟가락을 얹지 마라: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다면 자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진득하게 앉아서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준다
좋은 질문은 겸손한 자세이자 모르므로 배우고 싶다는 고백이며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서로 너무도 다르고, 너무도 복잡하며, 너무도 독특하다. 겸손한 질문은 끝이 열려 있다. 끝이 열린 질문은 상대방이 대화를 주도하도록 격려한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에 관해 들려줘 봐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당신 생각은...”과 같은 말이다.
“어디에서 자랐어요?”라는 질문이 유용한데, 이 질문은 사람들이 고향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게 만든다. 대화의 물꼬를 쉽게 틀 수 있는 질문은 많은데 “이름이 예쁘네요. 부모님은 어떻게 그 이름을 고르셨대요?” 같은 것이 그 예다. 이 질문은 상대방의 문화적 배경이나 가족을 주제로 하는 대화를 끌어내고, 이런 대화는 좋은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작은 질문만 식탁에 올리면 즐거운 식사 자리가 되지만, 누군가가 커다란 질문을 식탁에 올리면 기억에 남을 만한 식사 자리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커다란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어떤 갈림길에 서 있는가?
• 만약 두려움이 사라진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 만일 오늘 밤에 죽게 된다면 무엇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까?
• 우리가 1년 뒤에 만난다면 무엇을 함께 축하하게 될까?
• 해결하려고 애쓰는 문제에 대해서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 선천적으로 타고 났음에도 충분히 펼치지 못하고 있는 당신의 재능은 무엇인가?
깊이 있는 질문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 가장 자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오감 중에서 어느 감각이 가장 강력한가?
• 나이가 들면서 한층 분명해진 게 무엇인가?
마무리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다른 사람을 올바르게 바라봄으로써, 그 사람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게 만드는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때 눈빛으로 건네지는 선물은 바로 존중이다. 마음의 기술은 누구나 익힐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의식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면 누구나 일루미네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